2023. 9. 3. 19:32ㆍreview/book
오랜만에 과학 관련 도서를 읽었다.
사실 이 책은 전 직장 도서관에서 한참을 뭐 빌릴까 고민하다가 읽었던 책이다.
이번에 읽는 것은 두 번째로 읽는 것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고 집중이 되지 않았다.
저자가 어떤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조차 책 중반부 갈 때까지 알지 못해서 읽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최근엔 공학생인 동생에게 이 책을 추천했는데, 구매해놓고 읽지를 않더라..
한번 더 읽으면 훨씬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다시 읽기 시작했다.
책 제목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고,
그즈음에 비슷한 부류의 독서만 하고 있었던 터라 독서가 좀 지루하고 무료하다고 느껴지던 찰나였던 나에게
신선한 소재를 다룬 책을 읽음으로써 다시 독서에 재미를 붙이게 해 줄 책 같아서 대여했다.
Why Fish Don't Exist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제목과 함께 붙는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는다.
이상하지 않나?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줄 것같은 제목에
갑자기 무슨 삶의 교훈을 줄 것 같은 느낌의 부제목은?
너무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제목과 부제목의 연관성이
이렇게 적절할 수가 하며 감탄했다.
방송계의 퓰리처상’ 피버디상 수상자 룰루 밀러의
사랑과 혼돈, 과학적 집착에 관한 경이롭고도 충격적인 데뷔작!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Peabody Awards)을 수상한 과학 전문기자 룰루 밀러의 경이로운 논픽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여러 언론 매체에서 ‘202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할 만큼 수많은 찬사를 받은 화제의 베스트셀러다.
집착에 가까울 만큼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19세기 어느 과학자의 삶을 흥미롭게 좇아가는 이 책은 어느 순간 독자들을 혼돈의 한복판으로 데려가서 우리가 믿고 있던 삶의 질서에 관해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하나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하고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질문이 살아가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진실한 관계들”에 한층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이 책이 놀라운 영감과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시야를 제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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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lu Miller(룰루밀러)라는 이 작가는 과학 저널리스트인데 참 독특하다.
과학자 아버지 밑에서 제 2 열역학법칙에 맞게 살아가는 룰루밀러(저자)라는 아이가
성인이 되고 혼돈에 맞서지 않고 그 혼돈 속에서 어떻게 나를 지켜가며 살아갈 것인가를 찾는 이야기를
정말 관련이 없어보이는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생애를 통해 말하는 것이 꽤나 인상적이고 재밌었다.
사랑을 잃고 삶이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 ‘데이비드 스탄 조던’을 우연히 알게 된 저자는
그가 혼돈에 맞서 싸우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에 매혹되어 그의 삶을 추적해 나가기 시작한다.
여기서 나오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어류를 분류하던 생물학자 겸 분류학자이다.
스탠포드 대학 설립 당시에 교수로 부임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엄청나게 많은 어류를 분류함으로써 평생의 업적을 쌓아온 인물이다.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생애를 통해
혼돈 속에서도 자기를 지키며 살아가는 그를 존경하고 닮아가고 싶어 한다.
지금부터는 책 내용의 스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의 방향성을 결정해 줄 것같았던 그를 조사하면 할수록
더 큰 혼란 속에 빠진다.
이게 맞나?라는 생각과 함께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그와 뜻을 함께 했던
수많은 우생학자들에게 당한 피해자들을 만나게 되고, 꿋꿋하게 자기의 삶을 살아나가는 피해자들을 만나며
혼돈 속에서도 존재의 중요성과 삶을 영위해 나가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신념'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신념을 따라가려다가 유해한 것으로 변질된 그의 신념을 알게 된 룰루밀러..
신념이 어떻게 우리를 지탱해 주며, 동시에 그 신념이 어떻게 유해한 것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세계에 관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은 또 뭐가 있을까? 또 어떤 범주들이 무너질 참일까? 구름도 생명이 있는 존재일 수 있을까? 누가 알겠는가. 해왕성에서는 다이아몬드가 비로 내린다는데. 그건 정말이다. 바로 몇 년 전에 과학자들이 그 사실을 알아냈다. 우리가 세상을 더 오래 검토할수록 세상은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 것이다. _265쪽
우리가 이름 붙여주지 않아도
이 세계에는 실재인 것들이 존재한다
분기학적으로 보면 어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숲에 사는 것이 모두 같은 류의 생물이 아닌 것처럼.
책에서는 이런 예를 든다.
가령 숲에 '개'가 살고, '사람'이 살고, '지렁이'가 살고 여러 생물이 숲에 산다고 한 부류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설명처럼 명쾌한 것이 있을까?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다가,
한 문장으로 바로 이해가 됐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걸 간과하며 살아가서는 안된다.
이제야 나는 나의 아버지에게 할 반박의 말을 찾아냈다.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질척거리는 변명도, 죄도 아니다. 그것은 다윈의 신념이었다! 반대로,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하고 그 주장만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거짓이다. 그건 너무 음울하고 너무 경직되어 있고 너무 근시안적이다. 가장 심한 비난의 말로 표현하자면, 비과학적이다. _228쪽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과학자의 딸인 나로서는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긴 했지만, 내가 물고기를 포기할 때 나는 과학 자체에도 오류가 있음을 깨닫는다. 과학은 늘 내가 생각해 왔던 것처럼 진실을 비춰주는 횃불이 아니라, 도중에 파괴도 많이 일으킬 수 있는 무딘 도구라는 것을 깨닫는다. _267쪽
전기이자 회고록이자 과학적 모험담이라고 하는 이 책은
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이 세계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게 해 준다.
혼돈이 항상 승리하는 세계에서 꿋꿋이 버텨내는 삶에 관한 우화로도 읽히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생각을 자극시켜 감춰진 삶의 진실을 깨닫게 하는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 간결한 문장 하나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혼돈이 가득하고,
우리가 모르는 것이 분명히 실재하고,
우리가 아는 것이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많은 표현이 가능하다는 게 정말 놀랍다.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 전에 읽었는데 이미 유명한 책이 되어있더라..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이다.
그리고 룰루 밀러라는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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