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9. 17:12ㆍ카테고리 없음
김환기 화백의 전시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봄이 끝나갈 무렵 들었던 것 같다.
김환기 화백은 워낙에 유명하시고, 최근에 미술품 경매에서 우리나라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들었어서
꼭 가보고 싶다며 전시를 보러 갈 날만을 기대했었다.
호암미술관이 어딘지 몰랐는데 용인 에버랜드 쪽에 있었다. 결국 차를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것.. ㅜㅜ
그때는 백수여서 시간이 넘쳐났는데도 용인까지 가서 볼 엄두가 안 났다.
오히려 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전시를 갈 수 있는 내 시간도 없고, 전시 기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다 보니 지금 아니면 못가 이런 느낌 때문에 휴가를 받자마자 무조건 가야겠다 하고 예매 홈페이지를 들어갔다.
운 좋게 9월 둘째 주 한 주간 동안 미술주간이어서 14,000원인 성인 1인 입장료의 5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도슨트도 들을 수 있으면 들으려고 하는 편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서 전시를 관람하는데 무리가 올 정도라는 공지와 함께 도슨트 설명은 없어졌다는 알림이 떴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요새는 핸드폰 QR 코드 찍고 어플 설치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간단한 설명은 들을 수 있으니깐
전시를 관람하는 거 자체에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 했다.
관람 시간은 10시부터 5시까지 한 시간 단위로 있고, 2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11시는 이미 매진이었고, 10시는 평일이라 출근시간과 겹칠 듯해서 12시로 예약을 했다.
나는 자차를 가지고 호암미술관을 갔다.
근데 주차하기 힘들다는 후기가 많았었다.
그래서 알아보니, 들어서는 입구 쪽 길가에 자리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거기에 얼른 주차하고
걸어서 미술관에 가는 게 더 현명하다는 후기도 봤다.
전시 막바지고 평일이니깐 사람이 없을 거라는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람들, 차들 엄청 많았다. 길가에 11자로 주차를 잘 못하는 나로서는 최대한 길가 주차를 피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미 시간은 입장가능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유턴을 해서 길가 주차를 어떻게 어떻게 해냈다.
결론은 진짜 잘한 선택이었다!!
미리 후기 보고 가기 잘했다는 생각했다.
아마 주차자리 기다리면서 줄 서기 했으면 30분은 걸렸을 것 같다.
또 걸어가는 길이 길지 않고 금방 가고, 중간에 산책길 처럼 되어 있어서 풍경도 좋다!
셔틀버스가 운행하길래 뭔가 해서 알아보니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 호암미술관 이렇게 순환하는 셔틀버스가 있고,
같은 삼성재단의 미술관인 서울 한남동에 있는 리움 미술관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었다.
그런 줄 알았으면 힘들게 운전 안 하고, 집에서 가까운 리움 미술관에서 셔틀 타고 올걸 생각했다.
어쨌든 서울에서 호암미술관 정문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 있으니깐 혹시라도 가시게 되면 참고하시면 좋을 듯하다.
입구 쪽에서 입장 QR코드 찍고 들어간다!
이 날 날씨가 미쳤었다!
너무 덥지도 않았고, 비도 안 왔고, 적당히 따스한 햇살에 호암미술관으로 들어서자마자 있는 희원이라는 정원을 걷는데
그냥 가만히 있어도 행복하다라고 생각했다.
위에는 프로젝트 룸이라고 강재원의 <Exo7>이라는 전시를 한다.
들어가 보진 않았고 밖에서 사진만 찍었는데
거대한 조형물 하나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생긴 조형물이라고 하는데 밖에서 봐도 반짝반짝한 게 보인다.
본격적으로 전시를 보는 전시관 입구이다.
건물도 정말 예쁘다. 외관으로 봤을 때는 한국적인 멋이 두드려지는데
이렇게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면 엄청 멋진 성에 들어온 것처럼 이국적이면서도 엄청 세련됐다.
전시는 2층부터 시작되는데,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 가면 입구부터 웨이팅을 하게 된다.
내가 보는 시간대는 한 두 명 정도 입구에서 천천히 들어가는 정도였고,
전시를 다 보고 나올 때가 2시쯤 됐었는데 그 시간에는 한쪽에 줄이 쭉 서 있을 정도로 웨이팅이 꽤나 있었다.
난 김환기 화백 하면 달항아리 밖에 몰랐었다.
전시를 가서 많은 작품을 봤다.
그분이 한국적인 것과 함께 추상화를 그려 왔고, 기하학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렇게 내가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고 그 화가가 어떤 마음과 어떤 정신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알게 되는 것에 대해 정말 큰 매력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깊은 고뇌와 자아 성찰과 성장과 여러 가지 감정들, 본질에 대한 탐구 등을
그림이라는 실제적인 것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화가마다 다르고, 그 엄청나게 추상적인 것들을 실제적인 걸로 표현하기 위해 들였을 엄청난 노력과 끈기가 존경스럽다.
때론 그 추상적인 것들이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수 있는 것들인데 말이다.
김환기 화백은 '달'과 '백자 항아리'라는 소재를 굉장히 많이 사용한 걸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꽃의 그림도 많이 그리셨다.
나중에는 달항아리와 매화등의 꽃을 같이 그리신 작품도 볼 수 있었다.
오른쪽 위에 그림자 사진은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 사람들 그림자다.
그냥 분위기 있어봐서 찍어봤다.ㅋㅋ
피난민이었을 때의 시골에서의 생활을 그린 그림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국전쟁당시에 피난을 다니면서 힘들었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뭔가 어둡지만은 않은 듯한 그림을 그리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작가의 희망적이고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생각했다.
두 작품 다 같은 산에 대한 그림인데 표현의 색감이나 방식 조금 다른 듯해서 비교해서 올려봤다.
고목과 달항아리, 그리고 꽃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단순한 형태의 그림인 듯 하지만
절제되고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 잘 표현 됐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의 제목이 무슨 무슨 사물들 이랬던 것 같은데..
외국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때 이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은 기록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 대한 기록은 많이 없지만, 김환기 화백이 특별히 이 작품 앞에서 전시 홍보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작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었던 것 같다고 추정하고 있고, 그래서 더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 유명한 달 항아리
사실 요새는 어떤 전시를 가도 달 항아리를 모티브로 한 많은 백자 항아리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 작품 너무 예쁘다. 옆에는 친한 시인이었던 김광섭의 시인의 시라고 했던 것 같다.
특별히 말년으로 갈수록 이런 점들을 이용한 작품이 많았다.
엄청 섬세하고 고된 작업이었기도 하고, 나이를 많이 먹고 작업을 하다 보니 많이 힘들어하셨다는 기록을 옆에 벽면에
발췌해서 써져있다.
작품활동을 하면서 일기형식으로 기록 해 두었던 것을 보면
마음이 헛헛하다고 할까? 엄청난 존경심도 들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들었다.
마지막 전시장을 나오면 보이는 김환기 화백의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정말 멋있으시다..
전시들 다 보고 나왔을 때의 풍경도 기가막히게 좋다.
마치 유럽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
전시장 안은 사람이 북적북적 많았지만
나와서 희원을 걸을 때면 고요하고 새소리와 풀벌레들 우는 소리로 가득하다.
이렇게 희원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힐링 가득한 하루였다.
지금 전시는 곧 종료 되지만, 다음 번에 호암미술관에서 다른 전시를 하게 되면 바람도 쐘겸 또 오고싶다.